고래/천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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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대극장을 설계한 건축가에 의해 처음 그 존재가 알려져
세상에 흔히 '붉은 벽돌의 여왕'으로 소개된 그 여자 벽돌공의 이름은 춘희이다.
전쟁이 끝나가던 해 겨울,그녀는 한 거지 여자에 의해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칠 킬로그램에 달했던 그녀의 몸무게는
열네 살이 되기 전에 백 킬로그램을 넘어섰다.
벙어리였던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 안에 고립되어 외롭게 자랐으며
의붓아버지인 文으로부터 벽돌 굽는 모든 방법을 배웠다.
팔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화재 이후,그녀는 방화범으로 체포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영어의 시간은 참혹했으며 그녀는 오랜 교도소 생활 끝에 벽돌공장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녀의 나이,스물일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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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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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엉뚱한 미망이나 부조리한 집착에 사로잡힐 때가 있게 마련이다.
예컨데 사랑같은 것이 그러한 것일텐데,칼자국처럼 냉정한 사내도
그런 점에선 어쩔 수 없이 한 어리석은 인간에 지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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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객관적인 진실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칼자국이 죽어가면서 금복에게 한 말은 과연 진실일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조차도 인간의 교활함은 여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도 마찬가지,우리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이야기란 본시 전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듣는 사람의 편차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기 마련이다.
독자 여러분은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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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영원히.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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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장수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이미 형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결국 세상에는 비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으며
비밀은 오직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을 때에라야 비로소 비밀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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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상이 둥근지 미처 몰랐어.
바보,세상에 존재하는 건 모두가 둥글어.
벽돌은 네모잖아.
그렇긴 하지.하지만 그걸로 둥근 집을 지으면 결국은 둥근 거지
네모난 집을 지을 수도 있잖아.
그래,하지만 네모난 집이 모이면 둥근 마을이 되잖아.
그렇군.그런데,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아주 먼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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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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