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안거 다음 날/구활


















_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비석 하나씩을 짊어지고
죽는 그날을 위해 묘비명을 새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_

사랑의 열병을 오래 앓아 온 사람은
그 추억의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반거충이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나는 요즘 답사에서 느낀 아름다운 기억의 연못 속을 헤매느라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왕왕 있다.
생애 중에 이렇게 한 번쯤 반거충이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하고 신끈을 다잡아 맨다.
























_

역사는 무엇이며 전통은 무엇인가.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며 전통은 후대가 지켜야 할 아름다운 미덕인가.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그칠 줄 모르는 대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정말 실감이 난다.

과거와 만난다는 것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아름다운 작업이다.



















_

시간의 속도는 더욱 빠르게 달릴 것을 강요한다.
우리말도 잘 지꺼릴 줄 모르는 유아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유치원생이 여러 과외학원을 뛰어다닌다.
세계의 온갖 정보를 하나의 화면에 물어다 주는 인터넷도 초고속으로 뜨지 않으면 안 된다.
모두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빨리 빨리' 야단들이다.
효율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한 속도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영혼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다.
옛날,정신이 육신을 지배할 땐 영혼은 아름다웠고 맑았다.
그러나 물질이 육신을 더럽히자 영혼마저 피곤에 찌들어 혼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우리의 영혼을 구제하여 본래의 맑은 영토로 되돌려 줄 수는 없을까.
그러기 위해선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까 개혁을 해야 한다.맞는 말이다.
인격과 품격의 격식을 깨는 '파격'의 개혁이 아니라 진정한 '사고의 개혁'을 해야 한다.
우리는 '소유=풍요'라는 관념의 등식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생활의 참된 지혜를 미리 깨친 선각자들의 삶과 사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_

영웅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시대의 아픔이다.
그러나 영웅 아닌 사람을 영웅처럼 받아들인 것은 민족의 불행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별 여행자  (0) 2015.02.1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2015.02.15
고래  (0) 2015.02.15
해편의 카프카  (0) 2015.02.12
용광로 청년 추모 조시  (0) 2010.09.12










해변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
















_

운명이란 끊임없이 진로를 바꾸는 모래 폭풍과 같다.
네가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마치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모래 폭풍은 네가 도망치려 해도 진로를 바꾸어 계속 너를 쫓는다.
그 폭풍은 먼 곳에서 불어온 것이 아니라,네 안에 있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걸 체념하고,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는 것 뿐이다.






















_

이윽고 까마귀 소년이 내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는다.
그러자 모래 폭풍은 사라진다.나는 아직도 눈을 감은채로 있다.
"넌 지금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넌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니까."
























_

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너를 받아 줄 공간은 없다.























_

네 마음은 오랫동안 내린 비로 범람한 큰 강물과 비슷하다.
지상의 표지판이나 방향판 같은 건 모습을 감추고,
비가 강 위로 계속 억수같이 퍼붓고 있는 광경을 볼 때마다,너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지.꼭 그대로다,그게 바로 내 마음과 같은 거야,하고.



















_

비중이 있는 시간이,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_

요컨데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_

넌 가출을 할 거잖아.그렇게 되면 앞으로 학교에 다닐 기회라고는 아마 없을 테니까,
교실에서 배우는 것은 좋든 싫든 간에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흡수해 두는 것이 좋아.
너는 그냥 수분을 빨아들이는 흡수지가 되는거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는 나중에 가서 결정하면 되니까 말이야.





















_

순수한 현재라는 건 미래를 먹어가는,과거를 붙잡기 어려운 진행이다.
사실은,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





















_

"내가 운전하면서 자주 슈베르트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이야.
아까도 말한 것처럼 그게 대부분의 경우,어떤 의미에서든 불완전한 연주이기 때문이지.
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전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워주거든.
이것 이상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만한 완벽한 음악과 완벽한 연주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간,
눈을 감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D장조 소나타에 귀를 기울이고,거기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한계를 듣게 되지.
어떤 종류의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걸 알게 되는 거야.
그것이 나를 격려해 주거든.내가 뭘 말하는지 알겠어?"




















_

네가 숲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숲의 일부가 되고
네가 빗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쏟아지는 비의 일부가 되지
네가 아침 속에 있을 때 너는 온전히 아침의 일부가 되고
네가 내 앞에 있을 때 너는 내 일부가 돼.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9ka2I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별 여행자  (0) 2015.02.1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2015.02.15
고래  (0) 2015.02.15
하안거 다음 날  (0) 2015.02.15
용광로 청년 추모 조시  (0) 2010.09.12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  어느 네티즌으로 부터 -




나와 같은 같은 나이

같은 시대를 살아온 청년이였던 그가..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비록 하루에 수십명이 죽는다 하지만

왠지 이 청년의 죽음 앞에서는 내 자신 부끄러워 진다...

부디 평하로운 곳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남아 있길 바랄 뿐이다 친구여...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구별 여행자  (0) 2015.02.1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2015.02.15
고래  (0) 2015.02.15
하안거 다음 날  (0) 2015.02.15
해편의 카프카  (0) 2015.02.12
1 2
블로그 이미지

"우리 사람되는 건 어렵지만 괴물은 되지 맙시다"

Js.Park